“잘 놀아야 잘 돌본다” 일본 시니어 돌봄의 파격
컨텐츠 정보
- 72 조회
- 목록
본문
이곳은 일본 주식회사 ‘시니어라이프’가 운영하는 카지노형 데이케어센터 ‘라스베가스’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카지노 콘셉트 돌봄’을 도입해 요양시설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 공간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된 발상
이 모델을 만든 인물은 시니어라이프의 대표 모리 가오루. 그는 과거 일반 데이케어센터의 현장 관리자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답답했다. 이용자 대부분은 ‘즐거워서’가 아닌 ‘어쩔 수 없이’ 센터를 찾았고, 풍선 배구·색칠놀이·계산 문제 같은 획일적인 프로그램 속에서 특히 남성 시니어들은 쉽게 흥미를 잃었다.
전환점은 201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찰이었다.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지한 시니어들이 카지노에서 능동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그는 깨달았다.
“돌봄의 본질은 치료가 아니라 즐거움일 수 있다.” 이 생각이 훗날 ‘라스베가스’의 출발점이 됐다.
남성 시니어가 다시 돌아온 이유
라스베가스의 가장 큰 변화는 남성 이용자의 증가였다. 일반 데이케어센터의 성비가 여성 80%, 남성 20% 수준인 데 반해, 이곳은 남성이 70~80%를 차지한다.
비결은 단순했다. 이용자의 자존감을 건드리지 않는 설계다. 병원 같은 인테리어를 없애고, 직원들은 트레이닝복 대신 딜러풍 정장을 입었다.
마작과 포커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규칙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인지·집중·사회성 재활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내가 쓸모 있는 존재”라는 감각을 되살린다.
“도박이 아니다” 결과로 증명된 효과
카지노 콘셉트 탓에 초창기에는 ‘노인에게 도박을 가르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현금은 오가지 않는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요양 등급이 유지 또는 개선된 비율은 82%. 중증에서 경증으로, 자립 단계로 회복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모리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의욕이 사라지면 몸도 함께 무너진다. 즐거움이 생기면 회복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빨라진다.”
‘잘 놀아야 잘 돌본다’는 철학
라스베이거스는 돌봄을 관리나 보호가 아닌 ‘동행’으로 정의한다.
입욕 시간은 1인당 30분으로 넉넉히 배정하고, 성별에 따른 돌봄 원칙도 철저히 지킨다.
현재 시니어라이프는 전국 60~70개 거점에서 데이케어·방문간호·노인홈 사업을 운영 중이며, 이 모델은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돌봄의 미래를 묻다
일본의 카지노형 데이케어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돌봄은 반드시 엄숙해야 하는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보호 중심을 넘어 즐거움과 존엄이 공존하는 돌봄이 가능할지, 라스베가스의 실험은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이곳의 본질은 도박이 아니다. 잃어버린 삶의 감각을 되찾는 ‘인간 회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