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 슬픔 딛고 여자배구 정관장 연패 탈출 앞장선 자네테
컨텐츠 정보
- 505 조회
- 목록
본문
"오늘은 자네테의 승리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단한 정신력으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의 사령탑 고희진 감독은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거둔 뒤,
외국인 거포 엘리사 자네테(등록명 자네테)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자네테는 지난 13일 부친의 지병으로 인한 별세 소식을 듣고 급히 이탈리아로 돌아갔다가,
귀국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코트에 섰다.
전날 밤 입국해 시차 적응·여독·심리적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 여부는 불투명했지만, 자네테는 스스로 출전을 자청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자네테는 23득점·공격 성공률 44.9%를 기록하며 팀의 주포 역할을 완수했다.
1세트에는 슬픔과 피로가 겹쳐 3득점에 그쳤지만, 2세트에서만 11득점·성공률 68.8%를 폭발시키며
25-21 세트 승리를 이끌었다.
세트 스코어 2-1로 쫓긴 4세트에서도 알토란 같은 4점을 보태며
팀의 2연패 사슬을 끊는 데 앞장섰다.
정관장은 자네테가 빠졌던 지난 16일 흥국생명전에서 0-3으로 완패하며 2연패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올 시즌 4년 연속 최하위를 딛고 2위까지 치고 올라온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한 경기여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자네테가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왼쪽 날개 이선우 역시 18득점으로 힘을 보태며 귀중한 승점 3을 챙겼다.
이탈리아서 검증된 아포짓, 자네테의 존재감
자네테는 이탈리아 무대에서 이미 기량이 검증된 아포짓 스파이커다.
2011-2012시즌 이탈리아 클럽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1·2부 리그를
두루 거쳤고,
지난 시즌에는 푸투라 지오바니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키 193cm의 장신에 높은 배구 지능(VQ), 까다로운 하이볼 처리 능력까지
겸비하며
정관장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5순위로 지명한 이유를 입증하고 있다. 그는 드래프트 당시 “정말 행복하고 감정이 벅차오른다. 이탈리아 밖에서 뛰는 건 처음이다.
V리그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고 말하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주전 세터 공백·아시아쿼터 부재 속 더 커진 책임
정관장의 시즌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주전 세터 염혜선이 무릎 수술 후 여전히 재활 중이고,
아시아쿼터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 역시 왼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공격의 무게 중심은 자네테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세터 최서현이 신예라는 점도 부담 요소다.
볼 배급과 컨트롤에서 시행착오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자네테는 악조건 속에서 매 경기 묵묵히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버지를 위해 뛰었다”… 슬픔을 이긴 에이스의 한 마디
경기 후 자네테는 “승리해 기쁘다. 팀으로서 이겼다.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서 가능했다”며
공을 팀원들에게 돌렸다.
이어 “아버지를 위해 뛰었다.
하늘에서도 경기에 나서고 잘하길 바랐을 것”이라며 눈물겨운 소감을 전했다.
부친상을 딛고 코트로 돌아온 자네테의 투혼은,
정관장이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상징적인 한 경기로 남게 됐다.










